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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저모 시사상식

프랑스 ’라이시테‘의 역설

by 안전제일무사고 2024.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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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질적인 이민자 차별... 프랑스 ’ 분노의 뇌관‘ 폭발했다 ▲


나엘이란 이름으로 알려진 북아프리카계 10대 프랑스 청소년이 교통 단속을 피하려다 경찰관의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으로 프랑스 전역이 격렬한 시위에 휩싸이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폭도들이 공공 기관과 상점을 습격하고 차량에 불을 지르는 등 과격한 시위를 벌이는 배경에는 아프리카계·아랍계에 대한 오랜 차별과 고질적인 경찰 폭력이 자리 잡고 있다.

7월 3일(이하 현지시간) dpa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월 27일 밤부터 시작해 5일째 이어졌던 폭력 시위는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 사이에는 크게 잦아들었다. 경찰이 진압 병력을 4만 5000여 명으로 늘린 데다 나엘의 할머니가 2일 시위대를 향해 폭력 중단을 호소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005년 파리 방리유(banlieues : 프랑스에서 이민자 출신들이 모여 사는 도시 외곽의 저소득층 주거 지역)에서 경찰에 쫓기던 10대 청소년 2명이 변전소 담장을 넘다 감전사하는 사건으로 3주 동안 격렬한 폭력 시위가 벌어진 후 프랑스는 방리유 개발과 아프리카계·아랍계에 대한 차별 시정을 약속한 바 있다.

실제 최근 15년여 동안 교통 인프라 개선 등 방리유 개발에 약 500억유로(71조원)가 투입됐다고 프랑스 싱크탱크 몽테뉴연구소는 밝혔다. 2024년 파리 올림픽이 치러질 경기장 대부분도 파리 북쪽의 대표적 방리유인 생드니에 건설되고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계·아랍계 주민들의 사회·경제적 처지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7월 2일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2005년 폭동의 진원지인 파리 북동쪽 클리시수부아의 빈곤율은 전국 평균보다 3배가량 높다. 2017년 조사에 따르면 아랍계 또는 흑인 청년들은 다른 인종에 비해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을 가능성이 20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리카계·아랍계에 대한 경찰의 폭력적 대응도 달라지지 않았다. 2016년 24세 흑인 남성 아다마 트라오레가 경찰의 불심검문으로 체포돼 연행되던 연행 과정에서 경찰관에게 몸을 짓눌려 의식을 잃고 사망했다. 2020년 1월에도 40세 배달 노동자 세드릭 슈비아가 파리 에펠탑 근처에서 교통 단속을 하던 경찰에게 목이 눌려 질식사했다.

■ 프랑스 ’라이시테‘의 역설

프랑스는 국가 이념인 박애 정신에 근거해 전통적으로 이민 정책에 관대한 나라였다. 

이주민 비율이 유럽 평균(11.6%)dp 비해 높은 13%이며 전체 인구(6530만 명) 중 약 855만 명이 이민자다. 

이 중 아프리카 출신이 절반에 가깝고 이슬람을 믿는 북아프리카 3국(알제리·튀니지·모로코) 출신이 약 30%에 달한다.

프랑스는 공적인 영역에서 정치와 종교를 철저히 분리한다는 확고한 세속주의(laïcité ; 라이시테) 원칙을 따른다. 

이러한 개방성은 이민자들 사이에 오히려 인종·종교 간 반목을 일으키는 역설로 작용했다. 

프랑스 헌법 재판소가 공공장소에서 히잡(이슬람 여성이 얼굴과 머리를 둘러싸는 천) 착용 금지를 지지한 판결에 이슬람 이민자들이 반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슬람 이민자들은 라이시테가 프랑스에 만연한 이슬람·아랍 이민자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본다.


-애드윌 시사상식 20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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