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릉뷰 아파트'입주 시작... 사실상 철거 어려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 왕릉 근처에 문화재청 허가 없이 지어져 왕릉의 경관을 훼손하는 등 큰 논란을 일으킨 '왕릉뷰 아파트'의 입주가 시작됐다. 입주민이 입주함에 따라 사실상 철거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5월 31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에 735가구 규모로 공급되는 대광로제비앙(시공 대광건영)은 이날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앞서 인천 서구는 김포 장릉 인근 검단신도시에 735세대 규모 아파트를 지은 건설사 대광이엔씨에 사용검사 확인증을 내줬다고 밝혔다.
사용검사 확인증이 나오면 건설사는 입주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데, 사실상 서구가 해당 아파트의 입주를 승인한 셈이다. 다만 서구는 주택법에 따라 관계 부서 협의와 현장점검 등을 진행해, 사업계획 승인 당시 내용대로 아파트 건설이 완료됐는지 확인하고 사용검사 확인증을 교부했다는 입장이다.
건설사는 법적 문제가 남아있긴 해도, 일단 아파트 입주를 시작해 재산권이 행사되면 사실상 공사 중지나 아파트 부분 철거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입주 조처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입주가 시작된 아파트는 문화재청이 별도의 철거 명령을 내리더라도 소유권이 입주자들에게 이전돼 법률관계가 복잡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입주를 늦추기 위한 조치에 나섰던 문화재청은 유감스럽단 입장을 보였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아직 법적 절차도 남아있는 만큼, 관할 구청에 사용검사를 보류해야 한단 공문을 발송했는데, 이를 승인하고 입주까지 시작해 유감스럽다"며 "선례가 만들어진 만큼 나머지 아파트들도 사용검사가 승인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문제가 복잡해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 '왕릉뷰 아파트' 사태
'왕릉뷰 아파트'사태는 김포 장릉 인근에서 3개 건설사가 짓는 아파트가 허가 없이 지어지고 있다며 문화재청이 문제를 삼으며 본격화됐다. 김포 장릉은 조선 제16대 왕인 인조의 아버지 원종과 부인 인현왕후의 무덤으로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반경 500m 내의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짓는 20m 이상의 건축물은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하지만 건설사들이 이 같은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지난해 7월 해당 아파트 19개 동에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린 뒤 사실상 '일부 철거'를 권고했다.
그러나 건설사들은 공사 중지 명령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법원에 공사 중지 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본안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공사 중지 명령을 멈춰달라며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법원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인용' 결정으로 건설사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공사가 재개됐지만, 문화재청이 지난 12월 재항고장을 내면서 결국 양측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 세계유산(world cultural heritage)
세계유산은 인류의 자연유산〮문화유산〮복합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세계유산보호협약에 따라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등록한 문화재를 말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세계유산으로는
▲한국의 갯벌
▲한국의 서원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백제역사유적지구
▲남한산성
▲한국의 역사마을 : 하회와 양동
▲조선 왕릉
▲제주 화산섬과 용암 동굴
▲고창, 화순, 강화의 고인돌 유적
▲경주역사유적지구
▲창덕궁
▲수원 화성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석굴암과 불국사 총 15건이 있다.
이중 ▲한국의 갯벌과 ▲ 제주 화산섬과 용암 동굴 2건은 자연유산이고, 나머지 13건은 문화유산이다.
한편, 유네스코가 세계유산의 '보존관리'를 강조하고, 경관을 중요한 요소로 본다는 측면에서 장릉의 경관 훼손으로 조선 황릉 40기가 통째로 세계유산 지위를 잃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애드윌 시사상식 20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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