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전문(Dissent Cable)

■  반대 전문(Dissent Cable)

”뉴욕타임스(NYT)가 11월 14일 약 40개 정부 기관에 소속된 정무직 및 일반직 직원 400여 명이 바이든 대통령의 일방적인 이스라엘지지 정책에 항의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규탄함과 동시에 즉각적인 휴전이 이뤄지도록 미국이 이스라엘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11월 3일 미 국무부와 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처(USAID) 직원 약 100명도 미 국무부 반대채널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인들에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이스라엘이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미 국무부가 외교관들의 불이익 없는 반대 의견 개진을 보장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제도로, 국무부 정책기획국이 관리하는 반대 채널(Dissent Channel)을 통해 접수된 전문을 뜻한다. 이는 베트남전쟁 논쟁이 뜨거웄던 1971년 당시 리처드 닉슨 행정부의 윌리엄 로저스 국무장관에 의해 개설됐는데, 당시 미국 정부가 베트남전에 대한 정부 내 반대 의견을 억압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나온 것이다. 미 국무장관에게 제출된 최초의 반대 전문은 1971년 3월 파키스탄 다카 주재 미국 총영사였던 아처 블러드가 동료 외교관 28명과 함께 제출한 것으로, 당시 외교관들은 동파키스탄에서 대학살을 일으킨 파키스탄 독재자 야히아 칸을 지원하는 미국의 정책을 비판한 바 있다.

외교 정책을 주관하는 국무부 본부와 해외 공관은 외교 전문을 통해 지시와 보고를 주고받는데, 반대 전문이 들어오는 즉시 정책기획국은 국무장관·부장관·정무차관·비서실장·정책자문위 의장 등 국무부 최고위층에 이를 전달하고 30~60일 내로 작성자들에게 답변해야 한다. 다만 이는 인사·복지 문제 등을 제외한 중대 정책에 대한 의견만 제시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개설 이후 연평균 4~5건가량 작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으로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이란·이라크·시리아 등 6개 이슬람 국가 국민의 미국 입국을 90일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을 때 반대 전문이 제출된 바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미국의 이스라엘 편향 외교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주변 아랍 국가들을 완패시킨 1967년 6일전쟁(3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을 중동 내 중요한 전략적 자산으로 보고 무조건적 지지를 보내왔다. 이스라엘은 건국 이후부터 2022년까지 군사와 경제 양쪽 부분에서 무려 1550억 달러(약 202조 원)의 지원을 받았다. 이번 하마스와의 전쟁도 핵심이 된 원인 중 하나가 미국이 주도한 이스라엘-사우디의 수교 협상이었는데, 양국의 수교로 아랍 세계 내에서 고립될 것을 우려한 하마스가 대규모 기습 공격을 단행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박문각 시사상식 2023 시사용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