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동성 부부 건보 피부양자 자격 첫 인정 ▲
원고 패소 1심 판단 뒤집어
동성 부부가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달라며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내 2심에서 이겼다. 서울고법은 2월 21일 소성욱 씨가 건보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를 판결했다. 이는 ‘혼인은 남녀 간의 결합’이라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던 1심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건보공단이 이성 관계인 사실혼 배우자 집단에 대해서만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고, 동성 관계인 동성 결합 상대방 집단에 대해선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에 대해 한 차별대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동성 결합은 사실혼관계가 아니다”라고 동성 결합과 동성 부부를 구분하면서도, 건보공단 측이 사실혼자의 권리를 인정했다면 동성 부부에도 법률상 평등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소 씨를 대리한 박한희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오늘 판결은 동성 부부의 법적 지위를 법원이 인정한 최초 사례”라며 환영했다. 소 씨는 김용민 씨 와 2019년 결혼식을 올리고 이듬해 2월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인 배우자 김 씨의 피부양자로 등록했다. 하지만 그해 10월 ‘피부양자 인정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단에서 보험료를 내라는 처분을 받았다.
이에 소 씨는 “실질적 혼인 관계인데도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부인하는 것은 피부양자 제도의 목적에 어긋난다”며 2021년 2월 행정소송을 냈다. 1심 당시 법원은 사실혼은 남녀의 결합이므로 동성 간 결합까지 확장해 해석할 근거가 없고 동성결혼 인정 여부는 입법의 영역이라는 이유로 이들의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차별받는 동성 부부...혼인까지 인정될까
현재 시·구청의 가족관계등록 전산시스템상에서는 동성일 경우에도 혼인신고 접수가 가능하다. 이 시스템에 등록된 동성 간 혼인신고 접수는 1년 사이 30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동성 커플은 혼인과 가족생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현행 민법이 동성 부부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동성 배우자는 법정상속인이 될 수 없고, 친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배우자의 사망신고도 할 수 없다. 유족으로 인정받지 못해 유족연금도 받지 못한다.
동성 부부는 법률혼·사실혼 배우자와 달리 재산분할 청구권도 행사할 수 없고, 의료기관에서 보호자로 인정받지 못해 배우자의 수술이나 입원 동의서에 서명도 할 수 없다.
한편, 건보공단은 이번 2심 판결에 불복, 소 씨가 “건강보험료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의 항소심을 심리한 서울고법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이에 따라 나올 대법원 판결이 동성 부부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고 법적 혼인 관계까지 인정하는 방향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 건강보험(健康保險)
건강보험은 소득이 있든 없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의무 가입 대상으로, 병원에서 진찰이나 치료를 저렴하게 받도록 하는 보험이다. 건강보험은 소득수준에 따라 보험료가 부과되며, 보험료 부담수준에 상관없이 관계법령에 따라 균등하게 분배된다.
■ 동성결혼 인정 국가
▲네덜란드 ▲벨기에 ▲스페인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노르웨이 ▲스웨덴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아이슬란드
▲덴마크 ▲뉴질랜드 ▲우루과이 ▲프랑스 ▲브라질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미국 ▲콜롬비아 ▲핀란드
▲몰타 ▲독일 ▲호주 ▲오스트리아 ▲대만
▲에콰도르 ▲영국 ▲코스타리카 ▲칠레 ▲스위스
▲쿠바 ▲슬로베니아 ▲멕시코
-애드윌 시사상식 20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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