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드로와 협약 .

▲ 절도로 국내 반입한 고려불상 소유권 日로 ▲

2심 원고패소로 뒤집혀
일본에 있다가 절도범에 의해 국내로 들어온 고려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이하 불상)에 대해 2심 법원이 일본에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전고법 민사 1부(박선준 부장판사)는 2월 1일 서산 부석사가 국가(대한민국)를 상대로 낸 유체동산(불상) 인도 청구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1330년 서주(서산의 고려시대 명칭)에 있는 부석사가 이 사건 불상을 제작했다는 사실관계는 인정할 수 있으며, 왜구가 약탈해 불법 반출했다고 볼만한 증거도 있다”면서도 “당시 부석사가 현재의 부석사와 동일한 종교단체라는 입증이 되지 않아 소유권을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이어 “1527년 조선에서 불상을 양도받았다는 일본 간논지 측 주장 역시 확인하기 어려우나 1953년부터 불상이 도난당하기 전엔 2012년까지 60년간 평온·공연하게 점유해 온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미 취득시효(20년)가 완성된 만큼 소유권이 인정된다”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다만 민사사송은 단지 소유권의 귀속을 판단할 뿐이며, 최종적으로 문화재 반환 문제는 유네스코 협약이나 국제법에 따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석사 측 반발, 판결은 대법원으로
1심 이후 6년 만에 받아든 원고 패소 판결에 부석사 측은 즉각 반발했다. 부석사 측은 1심과 달리 원고 패소 결정을 내린 대전고법의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2월 10일 상고장을 제출했다.

부석사 전 주지인 원우 스님은 “용기 있는 대한민국 판사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이후 법적 절차는 변호사와 상의해 결정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사건의 소유권 다툼 대상인 높이 50.5cm·무게 38.6kg의 불상은 한국인 절도범들이 2012년 10월 일본 간논지에서 훔쳐 국내로 들여왔다. 현재는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서산 부석사는 ‘서주에 있는 사찰에 봉안하려고 이 불상을 제작했다’는 불상 결연문을 토대로 “왜구에게 약탈당한 불상인 만큼 원소유자인 우리에게 돌려줘야 한다”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2017년 1월 26일 1심은 여러 증거를 토대로 ‘왜구가 비정상적 방법으로 불상을 가져갔다고 보는게 옳다’는 취지로 부석사 측 손을 들어줬으나, 국가를 대리해 소송을 맡은 검찰은 ‘불상과 결연문의 진위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며 항소했다.

■ 유니드로와 협약(UNIDROIT Conention)
유니드로와 협약은 ‘도난 또는 불법반출된 문화재에 관한 협약’으로, 개인에게 도난당한 문화재의 회복청구권을 인정하고, 불법반출된 문화재의 기원국(state of origin)에 반환청구권을 인정하는 협약이다. 1995년 발효된 이 협약은 가입국의 정부뿐 아니라 기관이나 개인 등으로 대상으로 확장했고, 도난 및 불법반출 행위를 직접 규제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 중요한 특징이다. 유니드로와 협약 가입 당사국은 이 협약을 근거로 ‘개인 간, 기관 간 불법 반출된 문화재의 반환’을 명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애드윌 시사상식 202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