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H 발주 단지 ‘철근 누락 아파트’ 무더기 확인 ▲
15개 아파트에서 철근 빠져
인천 검단 신축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의 원인으로 꼽히는 ‘철근 누락’ 사례가 다른 공공아파트에서도 무더기로 확인됐다. 7월 30일 국토교통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주재로 ‘공공주택 긴급안전점검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LH는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94개 LH 발주 단지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94개 단지 중 이미 준공된 단지는 38곳(38%), 공사 중인 단지는 56곳(62%)이다.
LH는 지난 4월 공사에서 발주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무량판 공법이 적용된 LH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전수 검사했다. 무량판 구조는 보 없이 기둥이 직접 슬래브(천장)를 지지하기 때문에 건설 비용과 시간이 적게 들지만 기둥이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철근을 튼튼하게 감아줘야 한다. 조사 결과 15개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에 ‘전단보강근’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필요한 만큼의 철근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10개 단지는 설계 미흡으로 철근이 빠져 있었다. 구조계산이 제대로 되지 않았거나, 구조계산은 제대로 됐지만 설계 도면에 전단보강근 표기를 빠뜨린 것이다.
5개 단지는 시공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철근이 빠진 15개 아파트의 콘크리트 강도는 설계 기준 강도를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가 드러난 곳 중 이미 입주를 마친 곳은 5개 단지다. LH는 입주한 4개 단지에서 정밀안전점검을 추진 중이며, 이 단지에서는 보완 공사를 진행했다.
철근 누락 단지 감리업체에 LH 퇴직자들 재직 중
LH가 시공한 15개 공공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에서 철근 누락 사태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이들을 관리·감독했던 업체에 LH 퇴직자가 사실상 전부 재직 중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전관예우’ 의혹이 불거졌다.
8월 4일 정부·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에 따르면 철근 누락이 발견된 15개 단지 중 13개 단지는 LH 퇴직자가 임직원으로 근무했거나 적어도 2021년까지 임원을 지낸 전관 업체가 설계를 맡았다. 154개의 모든 기둥에서 전단보강근(철근)이 빠져 일명 ‘순살 아파트’로 드러난 경기도 양주 회천 LH 아파트는 설계와 감리를 맡은 곳도 모두 LH 전관 업체였다.
LH는 15개 공공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의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된 업체들을 부실시공으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15개 단지와 관련된 업체는 모두 40여 곳으로 알려졌다. LH는 경찰 수사를 통해 관련법 위반이 확인되면 해당 업체들에 구상권을 청구할 방침이다.
원희룡 장관은 건설 이권 카르텔을 제거하고, 이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대책을 철저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LH는 지난 2021년 국민들의 공분을 샀던 LH 전·현직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 이후 조직 해체 수준의 개혁을 공언했다. 그러나 사상 초유의 부실시공 사태에 핵심 LH 전관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이미 입주가 이뤄진 아파트에서 철근 누락 등 부실이 확인되면 LH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극도로 커진 상황이다.
■ 무량판 구조(無梁板構造)
무량판 구조란 건축구조의 한 종류로서 명칭 그대로 하중을 지탱하는 수평구조 부재인 대들보(beam) 없이, 건물의 하중을 지탱하는 수직재의 기둥(코어)에 슬래브(slab)가 바로 연결된 형식이다. 본래 교량건설에 사용되는 방식으로, 평판바닥 구조 또는 플랫슬래브 구조라고도 한다. 공간을 넓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다른 구조보다 충격에 약하다.
■ 구상권(求償權)
구상권은 채무를 대신 변제해 준 사람이 채권자를 대신하여 채무당사자에게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국가 소송에 있어서는 국가가 불법행위로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배상금을 먼저 지급한 뒤 실제 불법행위에 책임이 있는 공무원을 상대로 배상금을 청구하는 권리를 이르기도 한다.
-애드윌 시사상식 20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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