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덕여대 점거시위 일단락됐지만…‘래커칠’ 책임 등 갈등 불씨 ◀
동덕여대가 학생 측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만들어 남녀공학 전환 논의를 공론화하기로 하고, 학생들의 점거농성도 23일 만에 해제되면서 남녀공학 전환 반대시위 사태가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시위피해 복구비용을 두고 총학생회와 처장단의 의견이 대립하고 있어 양측의 갈등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학교 측은 래커칠 제거 및 학내 청소비용 등 피해복구에 최대 54억원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며 법적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위원인 제공” vs “불법행위 책임져야”
학생들은 시위원인 자체를 학교가 제공했다고 지적하면서 학교가 추정한 청소금액 역시 과도하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한 청소업체가 동덕여대를 찾아 래커칠 제거 시범작업을 해본 영상이 11월 14일 엑스(X, 옛 트위터)에 올라오며 논란이 더 커졌다. 해당 업체는 래커칠 부분에 약품을 도포한 뒤 일정 시간을 두고 스펀지 등으로 닦아내는 방식으로 제거 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방법으로 제거 작업을 2차까지 진행하니 90%는 쉽게 제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복구비용으로 50억원은 든다더니 이렇게 쉽게 지워지는 거였냐”, “최소한의 청소업체 견적서도 없이 올린 학교의 근거 없는 청소경비는 전혀 설득력이 없었다”는 반응들이 올라왔다.
그러나 해당 청소업체는 래커칠 제거가 어렵지 않다는 시연을 했을 뿐 비용은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업체 관계자는 “우리가 래커칠 제거에 사용한 약품은 특수약품이라 시중에서 구하기 어렵고 가격도 만만치 않다”면서 “특히 동덕여대 같은 경우 제거작업 면적이 넓고 시간이 지날수록 대리석 혹은 화강암 표면에 깊이 스며드는 침전이 심해 추가적인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동덕여대 관계자는 “앞서 추정금액을 사전에 공지했던 건 학생들에게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고 추가적인 훼손을 막기 위함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학교 시설팀이 교내 복구 및 청소 견적을 파악하고 있고 1월 중으로 구체적인 금액이 정해질 것”이라며 “추후 누가 훼손했는지가 명확해지면 법적인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2023년 스프레이 낙서로 얼룩진 경복궁 담장을 복구하는 데에는 작업에 투입된 장비 대여ㆍ구매 비용과 인건비 등을 모두 포함해 1억 5,000여 만원이 쓰였다는 감정평가기관의 판단이 나온 사례가 있다.
“여대는 걸러” vs “한남들 난리” 남녀갈등 재점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남녀갈등’이라는 해묵은 논쟁도 다시 고개 들고 있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 등에서는 “특정 여대 출신은 앞으로 거르겠다”는 글들이 올라와 정부가 성차별이 아닌지 실태조사에 나섰다. 시위에 참여한 학생의 외모를 품평하거나 조롱하는 듯한 혐오 게시글도 적잖이 올라왔다. 반면 여성 유저의 비율이 높은 커뮤니티에서는 동덕여대 설립자 흉상을 방망이로 내려치는 학생을 옹호하며 “생명도 없는 고체 덩어리에 불과한 흉상에 감정이입해 난리 치는 한남들”이라는 등의 남성 비하발언도 오갔다. 동덕여대 사태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남녀공학 전환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이런 젠더논란의 여파에 상대적으로 가려진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학령인구가 줄고 여성의 대학진학률이 높아진 상황에서 더 이상 여대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여성의 고등교육기관 취학률은 2015년을 기점으로 남성을 앞섰고 2024년에는 76.9%에 달했다. 남성은 73.1%다. 반면 임금이나 고용형태 등에서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이 여전하기 때문에 여성을 위한 교육ㆍ연구 공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지난해 3월 발표한 ‘유리천장지수’에서 한국은 12년 연속 꼴찌에 올랐고, 여성가족부는 9월 공시대상 회사에 다니는 남녀 임금격차가 26.3%라고 밝혔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이 지표들을 언급하며 “여대는 성평등의 디딤돌로서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대가 더 많은 여성 롤모델과 차별이 적은 학문적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 유리천장
조직의 구성원이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데도 조직 내의 일정 서열 이상으로 오르지 못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여성을 비롯한 다양한 소수자가 자격이나 능력과 관계없이 승진에서 차별받는 경우를 일컫는다. 이러한 차별은 공식적인 규칙이나 정책 등에 드러나지 않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이 관련 지표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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