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세진 ‘미국 우선주의’ 트럼프 2기 출범 ◀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1월 20일(현지시간)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이후 줄곧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구호를 집권 2기 국정기조로 내걸며 바이든행정부가 주도해온 세계 안보ㆍ경제 질서를 대대적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여 국제사회에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바이든행정부가 4년간 일궈온 미국의 ‘동맹 중시’ 대외정책을 뒤흔들어 큰 틀에서 자신의 집권 1기때의 정책기조로 되돌려놓을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세계 각국이 우려를 표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관세폭탄'선전포고…전 세계 무역전쟁 암운
트럼프행정부 2기 출범을 지켜보는 국제사회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이 수시로 강조한 '관세문제'다. 그가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줄곧 고율관세 부과를 핵심공약으로 세웠기 때문이다. 이에 트럼프 1기 때 미중 무역갈등으로 시작된 자유무역주의의 쇠퇴가 더욱 속도를 내고, 주요 경제권역 간 무역전쟁이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기간 유세 때마다 집권 시 '관세 카드'를 전방위적으로 사용할 것임을 강조해왔다. 그는 ▲모든 수입품에 대한 10~20% 보편관세▲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60% 관세 ▲ 멕시코 생산 중국기업 자동차에 대한 100~200% 관세 등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트럼프 1기 때 이미 기틀이 흔들린 세계 자유무역 체제는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다시금 심각한 도전을 맞게 된 셈이다.
실제 자유무역과 다자주의를 표방하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는 올해로 출범한 지 30년이 됐지만, 트럼프 1기 당시 미국의 강력한 보호주의 정책으로 이미 껍데기만 남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19년 WTO의 분쟁처리 절차를 담당하는 상소기구 위원 선임 승인을 거부, 무역분쟁을 다루는 상소기구를 사실상 무력화했다. 전 세계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건수도 최근 몇 년 새 크게 줄어든 상태다.
2기 행정부에 관세론자 대거 포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정치적인 지지를 얻게 된 배경은 미중 간 패권경쟁 구도가 뚜렷해지면서 중국과의 자유무역 확대가 미국의 안보위기를 초래한다는 인식이 커진 게 주된 원인이 됐다. 아울러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관행 탓에 미국 내 중산층과 노동자들이 피해를 봤다는 인식이 커진 것도 보호무역주의 득세에 힘을 보탰다.
중국처럼 정부 개입으로 불공정무역을 지속하는 국가들이 존재하는 현 국제무역 시스템은 '진정한 자유무역'이 아니며, 관세부과를 통해 불균형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 인사들이 공유하는 생각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강화 및 제조업 기반 강화 공약을 적극 옹호해온 하워드 러트닉을 상무장관으로, 집권 1기 대중국 고율관세 부과 작업을 이끈 제이미슨 그리어를 미국무역 대표부(USTR) 대표로 각각 지명하며 중국과의 일전을 벼르는 모양새다.
그러나 트럼프 2기의 관세정책은 결국 글로벌 무역전쟁 확대에 불을 붙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관측이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관세부과가 달러화 강세로 이어져 수출감소를 통해 오히려 미국 제조업에 타격을 줄 수 있으며 무역 상대국들의 보복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세부과가 공정한 경쟁을 유지하려는 목적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결국은 '맞불관세', '보복관세'를 불러일으키며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1930년대 이후 최악의 무역전쟁 코앞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전부터 관세전쟁을 예고하는 선전포고는 이미 시작됐다. 트럼프 2기의 첫 재무장관 지명자인 스콧 베센트는 앞선 언론 기고문에서 관세정책을 펼 때 시장에 적응할 시간을 주고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전예고(선제적 안내)가 명확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난해 11월 25일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들여오는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 제품에 대해서도 10% 관세를 추가로 부과할 것이라고 밝혀 ‘관세폭탄’을 직접 예고하기도 했다.
이에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해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불법이민자 차단을 약속했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의 마러라고 자택으로 날아가 일단 ‘고개’를 숙여야 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들이 무역 이외 다른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으로 관세부과를 동원하는 ‘관세의 무기화 전략’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를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월 30일에는 “브릭스 국가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달러에서 벗어나려고 하는데 미국은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새로운 자체 통화든 기존 통화든 브릭스가 달러 패권에 도전하면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1월 7일에는 그린란드 주민들의 독립 및 미국 편입 의사가 투표로 확인될 경우 그린란드를 자치령으로 두고 있는 덴마크가 그것을 저지하지 못하도록 덴마크에 대한 고율관세를 도입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상대국의 강한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군사력이나 경제적 압박수단의 사용을 배제한다고 약속할 수 없다면서 위협수위를 끌어올렸다.
트럼프의 이런 언급으로 사실상 무역전쟁의 도화선에 불이 붙은 만큼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역시 언제 이 같은 ‘관세돌풍’이 몰아칠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특히 바이든행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나 반도체법을 통해 다른 나라 자동차 관련 기업이나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투자하도록 유도한 것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고율관세를 부과하면 보조금이나 저리대출의 특혜를 제공하지 않아도 이들 기업이 스스로 미국에 와서 공장을 설립했을 것이라는 논리다. 이에 트럼프 2기에서 IRA와 반도체법을 폐기할 경우 바이든행정부 시절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한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 기업들에는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으로의 수출길이 좁아진 중국이 다른 수출시장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관세전쟁의 전선이 전 세계로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자 이에 대한 맞불 조치로 중국이 EU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개시했는데, 트럼프 2기에서 이런 사례가 더욱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역사는 보호무역주의자들이 경제적 혼란을 초래한 많은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라고 지적하며 세계가 1930년대 이래 최악의 무역전쟁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 인플레이션감축법
전기차 구매 시 일정 조건을 만족해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미국의 법안으로 2022년 8월 16일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하여 발효됐다. 미국정부가 급등한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발표된 법안에 따르면 전기차 구매 시 보조금(세액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중국 등 우려대상국의 배터리 부품 및 광물을 일정 비율 이하로 사용해야 하고,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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